과거의 서촌은 조선시대의 예술가, 전문직 중인들이 모여 살던 동네였다. 근대에 들어서는 시인 윤동주, 이상, 화가 이중섭 등 과거 수많은 문인들과 화가들이 모여 문학과 예술을 꽃피웠고 오늘날 디자이너, 건축가, 예술가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보석 같은 공간들을 운영하며 서촌을 재해석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서촌에 가면 갤러리 한 곳이라도 들려 영감을 얻고 싶은 마음이 든다. 포근했던 5월의 봄 날에 인상 깊었던 전시 두 곳을 소개해본다.

전시가 있는 서점 - 더레퍼런스
청와대 옆 북악산이 품고 있는 서점 더 레퍼런스는 독립 출판사가 전무하던 시절, 책을 매개로 사유와 사색의 장을 열고자 전시가 있는 서점 더레퍼런스를 열었다. 총 3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갤러리로 운영, 2층은 예술 사진 전문 출판사 이안북스가 셀렉한 서적들을 판매하는 서점이 운영되고 있다. 서점에서는 주로 아시아 작가의 예술 사진과 관련된 책들을 위주로 판매하고 있는데, 이곳을 방문하는 방문객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고 있는 의외성을 가진 공간이기 때문에 진입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서점 운영 만큼이나 다양한 전시 기획과 콘텐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책을 통해 만난 작품들을 전시를 통해 다채롭게 경험하며 느끼거나, 전시를 통해 느낀 여운을 서점에 진열된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영감을 얻도록 유도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지하 1층에서는 가정의 달 5월을 기념하여 포토그래퍼 하시시박의 신작 <!> 개인전이 진행중이다.
문장 부호를 갓 배우기 시작한 그녀의 귀여운 아이들 '시하와 본비' 두 남매에게 대화 속 느낌표를 쓸 수 있는 순간들을 설명해주다가, 느낌표의 부호는 놀라고 기쁜 감정 외에도 사실은 어디에나 쓸 수 있다라는 결론을 내리며 기획하게 된 전시라고 한다. 천진한 아이들의 즉흥적인 표정과 몸지이 사물의 이미지와 나란히 어우러지며 위트있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하시시박의 전시는 5월 29일까지 진행되며, 방문객 누구나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더 레퍼런스  

업장위치｜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4길 44
운영시간｜매일 11:00 - 19:00 (월요일 휴무)
관람요금｜무료

담담한 위로를 건네는 시간 - 기욤티오 <SUNDAY>

따뜻한 컬러와 자연의 고요한 정취를 담은 그림들로 독보적인 감성을 전달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작가 기욤티오 (GUIM TIO) 의 국내 첫 개인전이 서촌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오랫동안 그의 작품을 지켜봐 온 바로 초기 작품에서는 (2013 ~ 2016) 그로테스크한 인물화들을 많이 그려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그가 선보이는 작품들에서는 광활한 대지 속 수평적인 선들이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평온함이 깃든 컬러들이 캔버스 위를 채우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색면 풍경화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욤티오는 눈 덮인 설산, 황금빛 들판, 굽이굽이 이어진 동산 등 광활하고 적막한 풍경 속에 인물들을 자주 등장시키는데, 서로의 거리를 유지한 채 묵묵히 언덕을 오르거나 길을 걷고 있다. 배경 속의 인물은 점처럼 작은 존재들로 묘사되어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외로움인지, 자유로움인지 알 수 없지만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그의 그림에서 오히려 안정된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인생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우리의 삶의 모습과 닮은 기욤티오의 작품들.
고요한 자연의 품에 숨어들어 위로를 얻고자 하는 현대인에게 건네는 담담한 위로를 경험해보길 바란다.

기욤티오: SUNDAY 

업장위치｜서울 종로구 자하문로6길 15 갤러리 아트싸이드
운영시간｜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무)
전시기간｜2022.05.06 - 2022.06.04
관람요금｜무료